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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르는 엔화에 요동치는 글로벌 증시?

2024년 7월 초, 37년 만에 달러당 162엔 선까지 상승했던 엔화가 최근 140엔대로 반등하며 ‘슈퍼 엔저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2024년 8월 5일 글로벌 증시 급락의 원인으로 급격한 엔화 강세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엔화 가치가 최근 급격히 반등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엔화가 오르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오늘 제용이와 함께 알아봐요!

그동안 엔화가 약세였던 까닭은?

①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이

엔화 약세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이’ 입니다.
일본은 오랜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왔어요. 이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 하는 금리인데요.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고 소비하거나 투자를 하게 해서 경기를 살리려고 했던 거예요.
일본이 왜 8년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왔는지 궁금하다면? (→경제용 피드 바로가기)
미국이 높은 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때에도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왔어요. 미국보다 낮은 금리는 엔화 약세를 유도합니다. 이렇게 엔화 가치를 내려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등 일본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이유에서였죠.
이에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는 크게 벌어지게 됐어요. 2024년 8월 6일 현재 일본의 금리는 0.25%, 미국은 5.25~5.5%입니다.
투자 자금은 보통 높은 금리를 향해 움직이죠. 이에 투자 자산이 미국으로 모이면서 달러 가치는 강세를, 엔화 가치는 약세를 띄게 됐습니다.

② 엔 캐리 트레이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커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크게 늘어나게 됐어요. 전 세계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는 20조 달러 (약 2경 7420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전략을 말해요.
엔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적은 대출 이자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얻는 전략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해지면 엔화는 약세를 띄게 되는데요. 투자를 위해 엔화를 다른 통화로 환전하면서 대량의 엔화 매도가 발생해 엔화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인 엔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혀요.

최근 엔화가 다시 오르는 이유는 뭐예요?

① 일본 기준금리 인상⋅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2024년 3월, 일본은행(BOJ)은 -0.1%였던 단기정책금리를 17년 만에 0.0~0.1%정도로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습니다. 임금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을 확인하고, 2%의 물가 안정 목표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인데요.
이후 4개월 만인 2024년 7월 31일, BOJ는 0~0.1%였던 단기정책금리를 0.25%로 또다시 인상했어요. 3월 금리 인상 이후 임금 상승 등으로 물가가 2% 넘게 오르고 경기도 회복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이로써 일본 단기금리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로 금리가 0.3% 전후였던 2008년 12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에 엔화도 강세로 전환했어요.
올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것도 엔화 강세에 영향을 줬어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는 좁혀져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고 엔화 가치는 높아집니다.

②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일본은 금리를 인상했고, 미국 또한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일본 금리가 오르면, 투자한 자산을 청산해 일본으로 자금을 다시 이동시키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일본 금리가 높아지면 엔화로 대출한 이자 비용도 높아지고 엔화 가치도 상승해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고 해요.
투자한 자산을 청산해 엔화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면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엔화 가치는 상승합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엔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혀요.
최근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하면서 2024년 8월 5일 오후 3시 기준 엔⋅달러 환율은 장중 142.3엔까지 하락하며(엔⋅달러 환율 하락: 달러 대비 엔화 가치 상승) 엔화가 강세를 보였어요.

③ 트럼프 당선 가능성

2024년 7월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엔화가 달러 대비 너무 낮다며, 엔저 장기화가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달러 가격이 너무 높으면 미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달러로 수입하는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게 되어 미국 제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트럼프의 발언 이후 엔/달러 환율은 156엔 대로 하락하며 엔화 가치가 급등세를 나타냈습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트럼프가 엔저 현상을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고 달러 가치가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되었어요.

엔화 강세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원화 가치 상승
통상 엔화와 원화는 같이 움직이는 양상을 보입니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서 엔화가 강해지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화 등 기타 통화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항상 엔화와 원화가 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지만 내수 경기 악화, 대외 정치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원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어요.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일본의 수출품 가격이 인상됩니다. 이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우리나라 기업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분야인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
일본에서 기계, 전자 등의 부품을 수입하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어요. 엔화가 상승하면, 같은 부품을 수입할 때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죠.
금융시장 변동성
엔 캐리 자금이 급격히 청산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엔 캐리 자금은 국내에도 들어와 있는데요. 일본으로 다시 이동시킬 수 있는 엔 캐리 자금 규모는 총 38조 7000억 엔으로 추정돼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루어져 외국인 자산이 빠져나가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요. 2024년 8월 5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8% 넘게 폭락한 이유 중 하나로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엔 캐리 청산 가속화가 큰 영향을 주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엔화 강세 앞으로도 이어질까?

엔화 전망을 예측해 보고 싶다면 미국 금리와 대선 상황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반면 일본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이 커 엔화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일본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엔화 강세가 이어지더라도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되, 이전과 같은 슈퍼엔저 현상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