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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안전자산’이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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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랐다가 내렸다가 널뛰는 미국 증시! 이럴 땐 ‘안전자산’으로 피신하라고 배웠습니다만…
통상 증시가 하락할 때는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뛰는데요. 최근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가 폭락하는 와중에 ‘3대 안전자산’ 미국 국채와 달러도 같이 떨어지고 있는 거예요!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는데요.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무너뜨리고 있는 걸까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제용이가 알아봤습니다.

안전자산이란?

자산이란,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돈으로 환산 가능한) 재화를 말해요. 현금이나 부동산, 주식 등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요. 크게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으로 나뉩니다.
우리가 주식 투자를 할 때는 주가가 올라서 돈을 많이 벌기도 하지만, 주가가 하락해서 원금을 잃을 위험도 있어요. 이렇게 경제 상황 등에 따라 가치 변동성이 큰 자산을 위험자산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주식, 원자재 등이 있어요.
안전자산은 이와 반대로 채무불이행(이자나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없게 된 상황) 위험이 없는 자산이에요.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을 볼게요. 매장되어 있는 양이 한정되어있으므로 희소성이 높아, 가치가 사라질 위험이 거의 없죠. 금값이 내려도 금은 금인것처럼요. 금과 더불어 미국 정부가 보장하는 미국 국채와 달러가 대표적인 안전자산입니다.
단, 안전자산이 원금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채무불이행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만, 가격 변동의 위험은 있을 수 있어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은 보통 반대로 움직여요.
주식 시장 변동성이 클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비교적 위험이 낮은 안전한 자산을 사고 싶겠죠. 수요가 몰리면서 채권이나 금 가격이 오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 코로나 팬데믹(2020) 때 금 가격은 상승했죠.
반대로, 주식 시장이 호황일 때는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겠죠. 투자자금은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며 주식 가격이 올라요.
그런데 최근 이 같은 공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이 폭락하고 있는데, 미국 국채까지 흔들리고 있는 거예요!
미국 국채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인데요. ‘미국은 망할 리가 없어’라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미국이 파산해서 채무불이행에 나설 일이 거의 없다고 믿기 때문이죠. 미국 달러도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효했다가 유예하고, 중국에 대한 관세는 계속해서 올리는 등 변덕을 부리자 미국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미국 국채도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흔들리는 미국 채권, 달러 위상

영원한 안전자산은 없다고 했던가요? 최근 ‘셀 아메리카’ 현상이 두드러지며 미국 달러와 국채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 채권과 달러의 위상을 흔든 범인은, 바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에요.

채권 금리 급등

2025년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선언했습니다. 그동안 무역으로 성장한 글로벌 경제에 리스크가 생기게 되면서 투자자들은 투자자금을 안전자산으로 이동시켰습니다. 국채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이에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국채 가격 상승) 했죠.
그런데, 상황이 급반전됐어요. 4일 연 4.009%를 기록했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호관세 발효-유예 등을 거치며 지난 11일 장중 한때 연 4.494%까지 폭등(국채 가격 폭락)한 거예요. 일주일 만에 채권금리가 0.5%p가까이 오른 거죠. 이는 2001년 11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 폭입니다.
국채 가격이 폭락했다는 건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가 보다 팔려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및 경기 침체 우려가 상승하면, 투자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몰리게 돼요. 미국 국채 가격은 9·11테러(2002), 글로벌 금융위기(2008), 미국 신용등급 하락(2011) 등 위기 상황에서 매수세가 상승했었죠.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안전자산이 이같이 폭락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에요.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에서 미국 국채 투매가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자꾸 왔다 갔다 하는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이 높아지고, 재정적자 우려도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거예요.

약해지는 달러 가치

달러 가치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달러인덱스(DXY.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2024년 10월 초 100대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일주일 전인 2025년 1월 13일, 최고점 109.956을 찍었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추진하면서 약세로 돌아섰어요. 11일, 장 중 100선이 붕괴되며 2022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인 99.005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달러인덱스가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23년 7월(종가 기준) 이후 처음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관세에서 면제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14일, 미국 국채 금리는 4.378%로 0.11% 하락하며 6거래일 만에 진정되는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달러인덱스는 99.64로 전 거래일 대비 0.46% 하락하며 여전히 약세를 이어가고 있어요.
그러나 이 같은 달러 가치 하락에도 원화 가치는 여전히 낮은 상태예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전체 수출 비중 1, 2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관세전쟁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건데요.
원⋅달러 환율은 1월 13일 1470.8원에서 4월 14일 1424.1원까지 하락했어요. 달러인덱스가 1월 13일 대비 10% 넘게 내렸지만,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같은 기간 고작 3%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오르는 엔화, 유로화

미국 국채와 달러가 흔들리고 있는 사이 엔화와 유로화가 주목받고 있어요.
엔화는 달러화의 대체 안전자산으로 부상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엔⋅달러 환율은 3월 말 150엔 대에서 최근 143엔 대까지 내려왔어요. 14일 0.13% 내린 143.31엔에 마감했죠.
이에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나오고 있어요. 2024년 8월 5일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한 ‘블랙먼데이’ 당시 엔/달러 환율은 141엔 대까지 떨어졌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궁금하다면? (→경제용 피드 바로보기)
유로화가 안전통화로서 가치가 상승하며 유로⋅달러 환율도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금값도 상승세

달러와 미국채가 흔들리면서 투자자금이 금으로 몰리자, 금값은 연일 상승세입니다. 금은 달러로 거래가 되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를 보일수록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죠.
지난 4월 11일, 온스당 3200달러를 돌파하며 최고가를 찍었는데요. 14일에는 온스당 3245달러를 돌파하며 11일 기록했던 최고가를 또다시 돌파했습니다. 금값은 지난주만 6.6% 올랐고, 올해 들어서는 20% 이상 상승했어요.
앞으로도 금 전망은 긍정적일 것으로 보여요. 90일 관세 유예기간으로 인한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에요. 투자은행들은 올해 말 예상 금값 전망을 상향했어요.
골드만삭스, 올해 말 금값 예상치 온스당 3300달러→ 3700달러 상향
UBS, 올해 말 금값 예상치 온스당 3200달러→3500달러 상향
다만 향후 정책 변동에 의해 시장이 안정을 찾게 될 가능성도 있어 전반적인 상황을 예의주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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