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월급을 아껴 ‘S&P500TR ETF’를 열심히 모아가고 있던 제용이. TR ETF는 분배금을 현금으로 주지 않는 대신,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상품이에요. 일반 ETF는 분배금을 재투자하려면 받은 분배금으로 직접 매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요. 하지만 TR ETF는 분배금 운용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용이는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차곡차곡 보유수량을 늘려가고 있었죠.
그런데 최근 날벼락을 맞게 됐어요. 기획재정부가 지난 1월 16일, TR ETF의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사실상 TR ETF가 금지된 거예요. 앞으로 TR ETF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함께 살펴볼게요!
TR ETF, 왜 금지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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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형평성 문제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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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반 ETF(PR ETF)에 투자하면, 이자·배당 등 수익의 15.4%가 배당소득세로 부과되는데요. TR ETF는 이자·배당 등 수익에 대한 세금이 매도 전까지는 부과되지 않아요. 내야 할 세금을 매도 때까지 미룰 수 있는 과세이연 효과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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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TR ETF가 이자⋅배당 등 발생한 수익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자동 재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이에요. 투자금이 50만 원이고 이에 대한 분배금이 3만 원이라면, 다음 해에는 이 둘을 모두 합한 53만 원이 운용되는 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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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재투자 시 발생하는 거래 비용도 아낄 수 있었고, 주가 상승 시 복리 효과도 누릴 수 있었죠. 실제로 TR ETF와 PR ETF의 10년 기준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TR ETF가 PR ETF 대비 38% 더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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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 ETF는 이런 장점 때문에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어요. TR ETF 시장은 국내 증시에 2017년 처음 상장된 후, 14조 3500억 원까지 늘어났죠. 이중 S&P500이나 나스닥100같은 해외주식형 TR ETF의 규모만 6조 900억 원 수준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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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재부가 TR ETF의 과세를 전환하면서 사실상 해외주식형 TR ETF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ETF 분배 관련 시행령, 어떻게 개정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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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배당 소득 연 1회 이상 분배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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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세법은 ETF로부터 발생한 이익을 ETF가 구성 종목 변경을 위해 사용한다면, 투자자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걸 유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ETF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은 TR ETF가 배당금으로 재투자하는 것도 ETF의 기초지수 구성 종목 교체에 해당한다고 해석해 TR ETF를 운용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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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러한 TR ETF의 운용방식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봤어요. 내야 할 배당 세금을 제때 내지 않는다고 본 거죠. 그래서 정부는 개정안에 ‘이자⋅배당수익은 지수구성 종목 변경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즉, TR ETF더라도 배당수익에 따른 세금은 내야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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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재투자를 위해 투자자에게 나눠주지 않고 보유하고 있던 TR형 해외ETF의 분배금의 범위가 조정됐어요. 다른 펀드들처럼 연 1회 이상 이자⋅배당 수익을 바로 분배해 과세하거나, 원천징수한 후 재투자하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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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TR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현 투자자들은 상반기까지는 현행을 유지하되, 올해 7월 1일부터 발생하는 이자⋅배당분부터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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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구성 종목 변경으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TR 방식으로 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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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국내 주식형 TR ETF는 예외적으로 분배 유보를 허용했는데요. 침체된 국내 증시를 활성화하기 위함입니다. 시행령은 해외주식형 TR ETF에만 적용돼요.
TR ETF, 앞으로의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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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변화에 자산운용사들은 전략을 수정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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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지수 TR ETF 순자산 규모가 업계의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2025년 1월 24일부터 KODEX 미국S&P500TR과 KODEX 미국나스닥100TR을 분기 배당 방식으로 자동 변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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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 4, 7, 10월 마지막 영업일을 기준으로 매년 2, 5, 8, 11월 두 번째 영업일에 분배금이 지급됩니다. 단, 총보수율 0.0099%는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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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된 방식의 분배금은 올해 4월 마지막 영업일을 기준으로 올해 5월 2번째 영업일에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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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2위인 미래에셋증권 또한 조만간 분배 정책을 변경해 공지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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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운용사들이 현금 분배를 선택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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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배당 소득이 연 2000만 원 초과 시, 초과 금액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 과세
TR ETF 금지에 대한 반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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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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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 ETF는 장기적으로 투자할수록 복리효과가 커지는 상품입니다. 그래서 연금계좌에서 장기적으로 운용을 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는데요. TR ETF가 금지되면서, 투자자들은 투자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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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은 7월 1일부터이지만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TR ETF에서 이탈하고 있습니다. 1월 17일, 개인 투자자는 KODEX 미국S&P500TR를 8억 원 순매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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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이 미국상장 ETF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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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해외 TR ETF에 6조 원 가량 투자하고 있는데요. 국내 TR 상품에만 예외를 둔다고 해서, 이 투자자금이 국내 증시로 오겠냐는 의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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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해외 상장 ETF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는 거죠. 정부가 운용사들과 협력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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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행을 바로잡은 것이라는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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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TR ETF는 배당소득세 탈세 논란에 휩싸여왔는데요. TR ETF가 세금 유보가 가능한 이익을 과도하게 해석해 운용해오는 상품이었던만큼, 개정안을 통해 TR ETF의 세금 체계가 명확해졌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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