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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란? 달러의 영향력

2차 세계대전 이후 기축통화로 인정받아 그 위상을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는 ‘기축통화’ 달러.
세계 각 나라들은 상품을 거래할 때 달러로 주고받을 뿐 아니라 경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달러를 보유합니다. 이렇게 보유한 달러를 국가 경제 비상으로 기업이 외화 채무를 갚지 못하거나, 통화 시세가 불안정할 때 사용하죠. 달러가 부족하면 외환위기가 발생해요. 많은 기업의 파산과 부도, 실직 등을 일으킨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생긴 경제 위기였습니다.
중국의 위안화가 호시탐탐 기축통화의 자리를 노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달러 패권의 막강한 힘을 넘기는 힘들어 보이는데요. 기축통화란 무엇이고 달러는 어떻게 기축통화가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할게요!

기축통화란 무엇인가요?

기축통화는 국가 간 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를 말해요. 국제적인 안전 자산으로 통하기 때문에 세계 모든 곳에서 사용 가능하죠. 현재 기축통화인 달러화(USD)는 북한에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기축통화는 시대에 따라 변해요. 19세기 중반 이후는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였는데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가 파운드화를 밀어내고 기축통화로 등극해 지금까지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요.
기축통화가 되려면 강한 국력 (군사력, 외교력 등) ②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력과 신용도 ③유동성 ④안정적인 화폐 가치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리먼사태,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의 위기도 있었으나, 아직까지는 압도적인 국력과 경제 규모 등을 갖춘 미국의 달러를 따라올 통화가 없죠.
제 1 기축통화인 달러 외 유럽의 유로화와 영국의 파운드화, 일본의 엔화, 그리고 중국의 위안화까지 세계 5대 기축통화로 보기도 해요.
기축통화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핵심 화폐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쳐요. 우리나라의 물가, 주식 시장 등도 달러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투자자라면 항상 달러 가치에 주목해야 합니다.
달러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하다면? (→경제용 피드 ‘킹달러에 긴장한 국내증시’ 바로보기)

현재 달러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는 ‘달러 인덱스’

달러는 세계에 여러 영향을 미칩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미국의 물가는 안정되지만 수입 물가를 높여 국제 물가는 상승해요. 또한,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은 금리 인상에 나서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 화폐와 비교해서 현재 달러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달러화 지표가 있는데요. 바로 ‘달러 인덱스(Dollar Index)’입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에 대해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를 지수화해 달러의 가치 변동을 나타내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작성하고 발표합니다.
달러 인덱스 국가별 비중은 해당 국가의 경제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유럽 유로가 57.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일본 엔화 13.6%, 영국 파운드 11.9%, 캐나다 달러 9.1%, 스웨덴 크로나 4.2%, 스위스 프랑 3.6% 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달러 인덱스는 1973년 3월 설정한 100을 기준값으로 해요. 달러 인덱스가 이에 비해 상승했다는 뜻은 달러의 가치가 올랐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2024년 8월 19일 기준 달러인덱스는 101.88로 지난 1월 5일 101.908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약세를 보였어요. 이같은 약세는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달러 인덱스는 세계 경제 상황을 반영해요. 1980년 중반 미국의 실업률과 물가가 급등하자 연준이 단기간에 금리를 20%로 올렸던 ‘볼커 쿠데타’ 당시, 달러 인덱스는 164.72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2008년 미국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지며 대출 원리금 회수를 못한 모기지론 대부 업체와 은행의 파산으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에는 달러 인덱스가 70.698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달러는 어떻게 기축통화가 됐나요?

영국은 19세기 중반 이후 국제금융의 중심지로서 기축통화의 역할을 담당해왔어요.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 전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에게 돈을 빌리게 됐죠.
이때는 일정량의 금을 화폐 가치로 고정하는 ‘금 본위제’를 바탕으로 화폐가 발행되고 있었는데요. 당시 기축통화였던 파운드는 금 1온스(oz)에 4.25파운드의 가치를 고정시켰어요. 이렇게 금의 양을 기준으로 화폐를 발행하면 화폐의 가치는 보장되지만 가지고 있는 금에 해당하는 만큼만 화폐 발행이 가능하다는 제약이 따르죠.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국들은 무기와 물자 등을 구입하기 위해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화폐를 찍어내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영국은 파운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금본위 제도를 유지했습니다. 이에 영국은 전쟁비용이 부족하게 됐고, 결국 미국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죠.
영국은 1930년 초 금본위 제도를 폐지합니다. 보유한 금이 바닥나 더 이상 파운드를 금으로 교환해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미국은 참전국에 군수 물자를 공급하고 있었는데요. 제 1,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세계 각국이 보유하던 금이 미국으로 모이게 됐어요. 종전 당시 미국은 전 세계 금의 70%를 보유하며 세계 최대 금 보유국이 되었죠.
1944년, 금 1온스를 35달러의 가치에 고정시키고 각국의 통화를 미국 달러의 가치에 연동시키는 ‘브레튼우즈 체제’가 선언되었어요. 이제 국가가 금을 가지려면 달러부터 확보해야 하게 된 거예요. 미국의 달러가 파운드를 대신해 화폐의 패권을 잡게 됐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에 들어 미국은 베트남 전쟁 비용을 위해 달러를 대량으로 발행했어요. 미국이 가진 금보다 더 많은 달러가 풀리게 됐습니다.
이에 1971년, 미국은 달러와 금 교환을 중단(금본위제 폐지)하는 ‘닉슨 선언’을 해요. 금 본위제를 폐지하자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넘는 ‘닉슨쇼크’가 터졌고, 달러의 신용도와 가치는 급락합니다.
그러자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동맹을 맺습니다. 군사력을 제공하는 대신, 국제 원유 거래에 달러만 사용하는 ‘페트로 달러(Petro-Doller)’를 본격화 했어요. 중동 산유국이 세계에 원유를 팔아 얻은 달러를 미국 국채와 금융시장에 다시 투자하면 미국이 사우디에 군사 지원을 하는거죠.
원유를 사려면 달러가 있어야 하니 달러의 힘은 다시 강해집니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달러 패권을 유지하게 됐어요.

흔들리는 ‘페트로 달러’ 체제, 달러 패권을 위협할까?

그런데 최근 이 페트로 달러 체제가 흔들리고 있어요.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으로 최대 산유국에 등극하면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사우디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던 미국이 수출국으로서 사우디와 경쟁하게 되면서, 사우디에게 제공하던 군사력도 줄이기 시작했죠.
그러자 이 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기축통화 자리를 틈틈이 넘보고 있던 중국이 패권을 잡기 위해 ‘페트로 위안(Petro-Yuan)’이라는 도전장을 던진거죠. 2022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위안화의 석유결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으로 하루 원유 수입량은 하루 1000만 배럴에 달해요. 사우디 연간 원유 수출량의 1/4를 차지합니다. 2023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 첫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고, 러시아도 자국 원유 수출입 결제를 위안화로 하기 시작하며 위안화의 국제화에 힘을 실어주었어요.
하지만 위안화가 달러 패권을 위협하기는 아직 힘들어보입니다. 위안화의 가치가 불안정하기도 하고,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세계적으로 위안화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예요. 위안화 같은 비달러 통화 결제가 많아지면 달러 가치가 변할 수도 있으므로 앞으로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