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8일,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내렸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하며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였어요. 이같은 반도체 종목의 급락은 지난 15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기존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절반 이상 낮추었기 때문이에요. 이에 투자 심리가 악화되며 반도체주가 급락했죠.
‘반도체 호황이 온다 vs 불황이 온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현재 상황을 제용이와 함께 살펴볼까요?
반도체 사이클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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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통상 약 4~5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에요. 2~2.5년의 호황기(슈퍼사이클)이 지나면 1.5~2년의 불황(다운사이클)이 찾아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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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는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할 때마다 주문을 받아 만드는 제품이 아니라 규격화된 표준 제품을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놓고 판매하는 제품이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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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은 설비 및 공정 등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반면, 반도체 수요는 상황에 따라 변합니다. 그래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반도체의 가격이 변하게 되는 거죠.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으면 반도체 가격은 높아지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 많으면 반도체 가격은 낮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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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반도체 사이클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AI 시장 확대로 반도체 제품 및 수요가 서버 시장 중심으로 변화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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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반도체 산업이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를 높였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운사이클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요.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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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 사이클이란 특정 기간 동안 반도체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말해요. 지속적인 반도체 수요 증가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오르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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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D램 가격이 2023년 9월부터 반등했고,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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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동향 지표인 DXI지수는 지난 5월, 1년 6개월만에 3만 포인트를 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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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사업부인 DS 부문 실적이 호전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썼어요. SK하이닉스 또한 HBM을 등에 업고 2분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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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 호실적의 이유는 AI 열풍 덕분이였어요. AI 서버 수요가 증가해 IT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고, HBM 같은 고성능⋅저전력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늘어났죠. 메모리 기업들이 HBM 생산에 주력하면서 범용 D램 공급량이 부족해지자 D램 가격이 치솟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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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AI 수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는데요. 현재 D램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AI 열풍이 시들해지며 반도체 다운사이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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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전망치 하향에 나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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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기존 13조 원 대에서 10조 원 대로, SK하이닉스는 7조 원에서 6조 5000억 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어요.
여기서 잠깐, ‘범용 D램’과 ‘HBM’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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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D램 : 스마트폰, 개인용 컴퓨터(PC)에 들어가는 부품. 삼성전자의 주력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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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 D램을 쌓아서(수직으로 연결) 데이터 처리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린 AI 서버 구동 필수 상품. SK하이닉스의 주력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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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으로 인해 HBM 수요는 늘어나지만, 범용 제품의 수요가 줄면서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고가인 HBM 메모리 수요는 매출 증대에는 긍정적이지만, D램 대비 판매 물량이 낮습니다. 범용 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범용 제품의 수요 부진이 반도체 업체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반도체 다운사이클 우려가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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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다운사이클은 반도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져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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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약 1년간 오르던 메모리 D램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며 반도체 다운사이클 진입 우려가 불거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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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용 D램 범용 제품의 지난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2.05달러로 집계되었는데요. 이는 전월 대비 2.38% 하락한 가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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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D램 현물가격 역시 최근 1년간 상승세를 보이다 하락세를 보였어요. 범용 D램인 ‘DDR4 8Gb 2666’의 9월 6일 기준 현물가격은 1.971달러로, 연고점이었던 지난 7월 24일의 2달러에 비해 1.5% 하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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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하락세의 원인은 경기 침체로 인한 IT 업계 판매 실적 부진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에요. PC나 스마트폰 같은 제품을 많이 판매 하지 못하면서 미리 쌓아둔 D램 재고를 다 소진하지 못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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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실적을 이끌던 AI 열풍이 AI거품론으로 주춤한 것과, 중국의 저가 메모리 반도체 과잉 공급 우려도 반도체 업황 전망을 어둡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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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 15일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자 투심이 악화되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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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삼성전자는 2.02%(6만 3100원), SK하이닉스는 6.14%(15만 2800원) 하락으로 마무리했어요. 시가총액 1⋅2위(9월 19일 기준) 종목이 동반 하락하자 코스피도 0.21% 상승(2580.80)에 그쳤죠. 상승 마감하기는 했지만, 미국 빅컷의 호재로 주요 아시아 증시가 2% 넘게 상승한 것에 비하면 약한 수준이었습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급락한 K반도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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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고점을 준비하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을 경고했던 모건스탠리가 9월 15일 또 ‘겨울이 다가온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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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이 보고서에서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악화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기존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습니다. 투자의견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한 번에 두 단계나 낮췄죠. 삼성전자 목표 주가도 10만 5000원에서 27% 낮춘 7만 6000원으로 조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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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SK하이닉스는 19일 장중 14만 47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는데요. 하이닉스가 14만 원 선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이후 약 7개월 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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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가 목표가와 투자 등급을 하향한 이유는 바로 D램 가격 하락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잉 우려 때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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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D램 업황이 4분기 고점을 찍고 2026년까지 공급과잉일 것으로 전망했어요. D램의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는 거죠. 2025년부터는 D램과 낸드의 평균 판매가격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실적 성장도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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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공지능(AI)의 핵심인 HBM의 과잉공급도 우려했습니다. HBM 기술에서 경쟁력과 수요는 유지할 것으로 보았지만, D램의 가격 경쟁력 약화와 낸드 공급 과잉으로 인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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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의 의견에 국내 업계 반응은 분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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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D램 수요 부진에 대해서는 생산 업체들의 공급 확대가 제한적이므로 가격의 급격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예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탑재량이 일반 제품의 두 배가 넘는 AI PC와 AI 스마트폰 시장이 앞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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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HBM은 주문형 메모리 반도체로 기존 범용 D램과 달리 고객사 맞춤형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과잉 공급 우려는 적다는 의견입니다. AI 거품론에도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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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2025년 HBM 물량이 완판되었다고 밝힌 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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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10개 대형 테크 기업의 전년 대비 AI 투자 증가율을 올해 52%에서 내년 8%로 전망했지만, 블룸버그는 13개 대형 테크 기업의 투자증가율을 올해 33.7%, 내년 13.4%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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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도체 가격이 생각보다 빨리 하락하고 있다며 모건스탠리의 우려에 동조하는 의견도 있는 만큼, 앞으로의 반도체, AI 업황의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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