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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주가’ 하루 만에 10% 날린 ‘AI 거품론’

지난 5년간 3000% , 올해 들어 150% 넘게 상승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최근 ‘AI 거품론’에 폭락했어요. 미국 경기 둔화 우려와 반독점 제재, 블랙웰 출시 지연 등의 이유도 있지만, 천문학적인 투자금 대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우려가 직격탄을 날렸죠. AI 열풍이 ‘제2의 닷컴버블’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AI 거품론’이 도대체 무엇인지 제용이와 함께 살펴볼까요?

엔비디아 쇼크

2024년 6월, MS를 제치고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3조 3350억달러)를 차지했던 엔비디아 주가가 9월 3일 10% 가까이 폭락했어요. 그동안 일명 ‘광란의 질주’를 보여왔던 엔비디아였기에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지금까지 엔비디아의 성장세는 무서웠습니다. 2023년 시총 1조 달러를 달성한 뒤 2024년 2월 말 시총 2조 달러를 넘겼고, 불과 3개월여만인 6월 5일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했어요. 이후 13일만인 18일에는 MS를 꺾고 시총 1위에 등극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지난 8월 28일 실적 발표 이후 주가 하락이 시작됐어요. 9월 3일에는 주가가 9.53% 급락하며 하루 동안 시가총액 2790억 달러(374조 원)가 증발하기도 했죠.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일일 최대 손실액이었는데요. 엔비디아의 9월 2일~6일까지의 주가는 2022년 8월 말 이후 2년 만에 13.86% 하락했어요.
놀라운 점은 주가 하락의 시발점이었던 엔비디아의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거예요.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 300억 4000만 달러(약 40조 원), 주당순이익 0.68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287억 달러, 0.64달러)를 웃돌았어요.
그러나 이 같은 실적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3분기 매출 예상치가 시장 평균 예상치를 넘긴 했지만 시장의 최고 예상치(379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고, 2분기 매출도 시장 예상치 상회폭이 최근 6분기 중 가장 낮은 수준(4.1%)이었어요.
특히 엔비디아가 제시한 올 3분기(8~10월) 매출액 가이던스의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10%도 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은 실망했어요. 매출총이익률이 전분기 대비 3.8%p 떨어지며 2년 만에 하락 전환한 점도 실망을 부추겼죠.
이에 AI 열풍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엔비디아 외 ‘매그니피센트 7’ 와 반도체 관련 종목들은 동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삼성전자는 4일 약 10개월 만에 장중 6만 원 대로 떨어지기도 하며 전일 대비 3.4%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8% 폭락했어요.
9월 9일 기준 엔비디아는 급락세를 멈추고 3.5% 반등했으나 AI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요.

AI 거품론이란?

최근 AI 관련주들의 주가 하락 배경에는 ‘AI 거품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만든 AI 모델이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나온 회의론인데요.
실리콘벨리 벤처캐피탈인 세콰이어캐피탈에 의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AI 서비스로 6000억 달러의 매출을 내야 하는데, 현재 AI가 벌어들이는 매출은 1000억 달러 수준입니다.
오픈AI의 챗GPT는 기술 개발에 매년 70억 달러를 투입했으나 올해 매출 목표는 연간 34억 달러에 불과한 수준이에요. 엔비디아 외 AI 기업들은 AI의 수익성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죠.
이에 IT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한 기술⋅성장주가 부진한 실적으로 폭락했던 닷컴버블처럼, AI기업의 가치가 실제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반면 일각에서는 AI 트렌드가 이제 시작인 만큼 당연히 상용화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AI거품론은 시기상조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D램 가격 하락에 부상하는 ‘반도체 다운사이클’ 우려

D램 가격이 1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하며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가 온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8월 D램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05달러로 전월 대비 2.38% 하락했어요.
글로벌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고점을 준비하다’라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죠.
메모리 반도체는 보통 4~5년을 주기로 호황(2~2.5년)과 불황(1.5~2년)을 반복하는데요. D램 가격이 2022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반도체 한파가 회복된 지 겨우 1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하자 AI 거품론과 함께 반도체 다운사이클 우려가 커졌어요. AI 수익화가 지연되면서 메모리 투자 수요가 주춤할 수 있다는 거예요.
반면 업계에서는 최근 D램의 하락 이유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어요. 고객사가 재고를 쌓아둔 상태라 추가적인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에 정체기가 온 것일 뿐, 정체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입니다.

중국산 반도체 과잉 공급 우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극복하고자 범용 메모리 반도체를 과잉생산해 저가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어요. 중국의 이 같은 전략으로 국내 기업이 반도체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D램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력 수출 품목인데요. 현재 CXMT(창신메모리) 등 중국의 메모리 업체가 생산량을 확대하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예의 주시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AI 수익성 증명에 나선 빅테크 기업들

AI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에 빅테크 기업은 유료구독으로 수익성 증명에 나서고 있어요.
오픈AI는 월 20달러인 ‘챗GPT 플러스 멤버십’을 출시했고, 구글은 월 19.99달러인 ‘제미나이 어드밴스드’ 구독자에 한해 제미나이 라이브를 사용하도록 했죠. MS 또한 월 20달러의 AI비서 ‘코파일럿+’를 제공합니다.
xAI의 AI챗봇 ‘그록-2(8달러)’, 앤트로픽의 ‘오푸스(20달러)’, 메타 ‘메타AI’ 등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AI의 유료화 버전을 출시⋅검토 중이에요.
또한 AI 거품론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들은 AI 역량 확보 의지를 꾸준히 보이고 있어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과소투자의 위험이 과잉투자의 위험보다 더 크다’고 말하기도 했죠.
엔비디아와 애플은 오픈AI에 투자를 검토중이에요.
‘엔비디아 대항마’ AMD는 서버 제조업체 ZT 시스템스를 49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늘리고, 내년에는 생산능력목표치를 올해보다 2배 이상 늘릴 예정이에요. 삼성SDS는 엔비디아, MS 등 글로벌 파트너사와 협력을 강화해 생성형 AI 솔루션 시장 공략에 나섭니다.
SK텔레콤은 미국의 AI 유니콘 기업인 퍼플렉시티와 협력해 AI를 통한 대화형 검색엔진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죠.
이렇게 주요 기업들의 AI 설비 투자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AI 열풍은 ‘제 2의 닷컴버블’이라는 오명을 벗고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