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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공정위 ‘1400억 원’ 철퇴 맞고 ‘로켓배송’ 중단?

6월 13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쿠팡에게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했어요. 과징금 규모만 놓고 봤을 때 유통업체 가운데 역대 최고액입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상품 노출 알고리즘과 상품 후기를 조작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품을 검색 순위 상단에 고정했다며 과징금 부과와 함께 쿠팡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어요.
쿠팡은 공정위의 이같은 결정에 로켓 배송을 중단할 수도 있다며 맞불을 놨습니다. 쿠팡은 예정되어 있던 부산 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는 등 로켓 배송에 대한 향후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강한 반발에 나섰어요.
알리,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커머스)의 공습에 과징금 철퇴까지 맞게 된 쿠팡의 상황에 유통업계까지 긴장에 휩싸였는데요. 공정위vs쿠팡, 지금부터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할게요!

공정위는 왜 쿠팡 제재에 나섰을까?

공정위는 쿠팡이 ① 알고리즘 조작 ② 임직원 후기 작성으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저해하고, 공정한 경쟁을 왜곡시킨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① 쿠팡의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

온라인 쇼핑 시장 1위인 쿠팡은 △판매자와 소비자의 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상품 거래 중개 플랫폼’이자 △자사의 상품도 판매(직매입+PB상품)하는 ‘판매자’인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어요.
직매입 상품 : 쿠팡이 납품업자들로부터 상품을 매입하여 쿠팡이 직접 재고를 관리하고 판매하는 상품
PB상품 : 쿠팡이 직접 기획하여 판매하고 생산만 제조 하도급업체에 위탁하는 상품
쿠팡은 다양한 상품들이 소비자에게 잘 노출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쿠팡에서 상품 검색을 할 때 검색 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을 설정하고 운영하고 있어요. 상품의 판매량·구매후기 수·평균 별점 등을 반영해 상품 검색순위인 ‘쿠팡랭킹’을 산정합니다.
소비자들은 검색순위(쿠팡랭킹)가 높은 상품을 우수한 제품으로 인식하죠. 쿠팡랭킹은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요.
쿠팡은 2019년도부터 2023년 7월까지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중개 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 4250개의 자사 상품을 상품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어요. 이 같은 행위로 인해 검색 순위 100위 밖에 있던 쿠팡이 직접 판매하는 상품들이 1~2위 등에 노출됐습니다.
검색 상단에 고정으로 노출된 상품에 ‘판매가 부진한 상품’과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상품’ 등이 포함
그 결과 쿠팡의 자사 상품 노출수와 총매출액이 크게 증가했고, 쿠팡에 중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21만 개의 입점업체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기 어려워졌어요.
공정위는 쿠팡이 2019년 2월부터 자사 상품 우대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했다고 판단했어요.
쿠팡의 2019년~2022년도 상품별 거래액 비중을 보면, 쿠팡 직매입 상품은 57.8%에서 65%로 증가했고, PB상품도 1.7%에서 5.2%로 증가한 반면 입점업체의 상품은 40.5%에서 29.9%로 감소했어요.
쿠팡의 자사PB 상품의 총매출액은 76.07% , 고객당 노출 수는 43.28% 증가했습니다.
또한, 쿠팡의 자기 상품이 지속적으로 고정노출되어 평균 판매 가격도 상승했어요.
쿠팡: 상품의 지속적 고정노출로 가격 인하 이유 없음
입점업체 : 가격 인하에도 상품이 검색 순위 상단 노출되지 않으니 가격 인하 이유 없음

② 쿠팡의 임직원을 이용한 상품 후기 조작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2297명의 임직원을 통해 최소 7342개의 PB상품에 7만 2614개의 구매후기를 작성하고, 평균 4.8점의 별점을 부여했어요.
PB상품 출시 초기 인지도가 낮거나 판매량이 적은 상품에 대해 이 같은 조직적인 임직원 리뷰조작을 실시해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되기 유리하게 했습니다.
임직원 리뷰조작을 실시한 쿠팡의 PB상품은 판매량이 증가한 반면, 다른 상품의 판매량은 감소하게 됐죠.
더욱이 쿠팡은 입접업체는 오로지 실제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한 후에만 구매후기를 작성할 수 있게 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습니다.

공정위 제재에 대한 쿠팡의 입장은?

쿠팡은 이 같은 공정위의 제재에 강하게 반발하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① ‘쿠팡의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에 대한 입장

쿠팡은 “유통업체가 고객이 원하는 상품들을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판매하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이라며 상품 추천 방식은 유통업체의 재량이라 반박했습니다.
또한, 로켓배송 상품(직매입 상품·PB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로켓배송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에요. 이에 쿠팡은 전국민 로켓배송을 위한 3조 원 물류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 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어요. 오는 6월 20일 개최할 예정이던 부산 물류센터 기공식도 취소했습니다.
쿠팡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한국에 들어온 C-커머스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까지 ‘전 국민 로켓배송’ 승부수를 띄웠었는데요. 3조 원을 로켓배송에 투입해 물류 인프라를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었어요.
하지만 이번 공정위 제재 여파로 인해 로켓배송 관련 중장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C커머스 vs 쿠팡이 궁금하다면? (경제용 인스타 피드 바로 가기)

② ‘쿠팡의 임직원을 이용한 상품 후기 조작’에 대한 입장

쿠팡은 자사 임직원이 작성한 후기는 전체 고객 후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에 불과하고 객관적인 후기였다고 주장했어요.
임직원 체험단 리뷰 평점 평균이 4.79점, 일반인 체험단 리뷰 평점은 4.82점으로 직원 리뷰의 평균 평점이 더 낮다는 거예요.
이에 공정위가 쿠팡의 주장은 이미 두 차례 공개된 전원 회의 심의에서 모두 논의된 내용이며, 그 결과 위법이라고 결정한 것이라 재반박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커지고 있습니다.

공정위의 ‘쿠팡 제재’에 대한 업계 반응은?

쿠팡의 1400억 과징금에 유통업계 또한 충격에 휩싸였는데요. 대다수의 온·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쿠팡과 동일한 상품 진열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물가에 ‘가성비’ 소비가 뜨면서 유통사들은 가격이 저렴한 자사 PB 상품을 전략적으로 노출, 판매해왔어요.
E커머스 업체들은 ‘랭킹순’ ‘추천순’ 등 자체 기준을 적용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PB 상품을 우선 노출시키고 있었죠.
하지만 공정위의 제재가 유통 업체들의 이 같은 영업 관행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PB 상품의 노출 방식을 제재하게 되면, 업체들은 낮은 마진이 필수인 자체 브랜드 상품의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어지겠죠. 그 결과 대형 유통사들의 직매입 상품 또는 PB 상품을 납품하는 중소 업체들의 피해로도 이어져 줄줄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C-커머스 업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인 쿠팡에게 제동이 걸리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규제에서 자유로운 C-커머스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거에요.
또한, 쿠팡의 이번 과징금은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쿠팡이 조사 기준 시점인 2023년 7월 이후 이달 초 심의일까지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 등위반 행위를 시정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공정위는 위반 행위의 기간에 따라 매출액 전체를 보고, 최종 과징금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에요.
1400억 원은 쿠팡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6174억 원의 23% 규모에 해당되는 만큼, 앞으로의 로켓배송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요.

‘쿠팡’만의 이슈가 아닌 ‘자사 서비스·상품 우대’

규제 당국인 공정위와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은 쿠팡뿐만이 아닙니다. 카카오와 네이버 역시 소송 진행 중인데요.
카카오는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으로 과징금 271억 원을 부과 받아 행정소송을 제기했어요.
네이버는 2020년 쇼핑 검색 결과 노출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며 266억 3천여만 원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았어요. 이에 네이버는 2021년 3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듬해 해당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넘겨진 상황이에요.
여기에 쿠팡의 1400억 원 과징금 제재까지 추가되면서, 산업 생태계를 망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자율권과 영업전략에 대한 존중도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각국 경쟁당국은 유통업계의 ‘자사 서비스·상품 우대’를 제재하고 있어요.
특히 유럽연합(EU)이 강력한 제재에 나섰는데요. 구글이 자사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쇼핑 플랫폼을 차별했다며 2017년 약 3조 6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아마존 또한 비슷한 이유로 EU와 미국의 제재를 받았어요.
빅테크 기업들의 자사 서비스·상품 우대를 막기 위해 디지털 시장법 등 다양한 빅테크 규제법이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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