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따봉 이모티콘’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메신저 라인. 국내 기업인 네이버가 개발하고 키운 글로벌 메신저인데요. 최근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의 모회사 A홀딩스의 지분을 매각하라고 네이버를 압박하고 있었죠. 이에 일본이 네이버가 가진 라인야후의 영향력을 뺏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습니다.
그러던 중, 5월 8일 라인야후 CEO가 네이버 위탁을 순차적 종료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커지고 있어요. 네이버와의 기술적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하겠다는 건데요. ‘라인의 아버지’ 신중호 CPO가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사내이사 4명 모두가 일본인으로 채워졌습니다.
5월 9일 소프트뱅크가 라인과의 지분 협상 중임을 발표했고, 10일 네이버도 이를 인정하면서 라인야후의 ‘탈네이버’는 점점 기정사실화 돼가는 가운데, 과연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
네이버 라인과 일본의 관계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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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구 NHN재팬)에서 개발하고 운영한 라인(Line)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예요. 일본 인구 1억 2000만 명 중 무려 80%인 9600만 명이 쓰고 있을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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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의 기지국이 파괴되면서 현지 통신망이 마비되었어요. 전화, 문자가 먹통이 되어 인터넷을 통한 SNS 등의 소통만이 가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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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지진 여파를 겪고 있던 일본에서 3개월 뒤 출시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약했습니다. 천재지변이 잦은 일본에서 라인의 수요는 폭발적이었어요. 라인은 일본에서 빠르게 성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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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이 개발한 메신저가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되다니 대단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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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라인을 운영하는 기업 ‘라인야후’의 지분은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5:5씩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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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이 협력을 위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출자해 합작회사인 A홀딩스를 세우고 라인야후 운영에 나섰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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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지분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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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은 왜 소프트뱅크와 협력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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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은 메신저뿐 아니라 간편결제 등의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서 소프트뱅크와 협력에 나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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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는 일본 최대 검색엔진 야후재팬을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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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은 야후재팬과 간편결제 서비스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라인의 ‘라인페이’와 야후재팬의 ‘페이페이’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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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라인과 야후재팬은 출혈 경쟁보다는 손을 잡기로 했죠. 라인은 인터넷 검색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야후재팬을 활용하고, 라인에 비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던 야후재팬도 이미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라인과 손을 잡는 게 더 효율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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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라인은 2019년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과의 경영 통합을 발표하고 2021년 합작회사인 A홀딩스를 세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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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은 소프트뱅크가, 기술 개발은 네이버가 책임지는 라인야후는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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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협력으로 인해 일본에서 계속해서 불거져 나왔던 라인의 국적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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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은 일본에서 꾸준히 국적 논란에 시달려왔는데요. 네이버는 본사가 일본 도쿄에 있고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가 일본인이라며 대응했지만 쉽게 논란을 잠재울 수는 없었어요.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와 협력하면서 국적 이슈가 수그러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갑자기 왜 네이버가 라인의 지분을 보유한 게 논란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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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무성은 2023년 11월 발생한 네이버 클라우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이유로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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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일부 내부 시스템을 공유하던 라인야후의 이용자 정보 약 52만 건이 외부에 유출된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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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무성은 이를 문제 삼으며 라인야후에 통신 비밀 보호와 사이버 보안 확보를 요구하는 행정 지도를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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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행정지도에 ‘네이버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가 포함됐어요. 라인야후의 경영 체계 개선을 요구하며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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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에는 일본 총무성이 기회를 노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하는데요. 사이버 보안 관련해서 기업에 행정 지도 두 차례를 내린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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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일본의 대표 통신사 NTT에서 2013~2023년 동안 약 928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을 일으킨 것이 드러났는데요. 일본 총무성은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리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라인에 비해 엄청난 규모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음에도 솜방망이 처벌만 받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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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페이스북 이용자 42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때도 일본은 메타의 지배 구조를 문제 삼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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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인 네이버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지분 매각까지 요구하는 일본 총무성의 방침이 비상식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인데요. 라인의 ‘탈 네이버’를 염두에 둔 조치인 것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일본은 왜 라인 지분을 매각하라고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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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외국 기업의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에요. 정부가 민간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는 것은 월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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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은 일본 생활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카카오톡처럼 ‘라인페이’를 통한 간편 결제 기능부터 뉴스, 웹툰, 음악 등의 콘텐츠까지 제공하는 IT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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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지자체의 행정 업무나 세금 납부까지 대신하고 있는데요. 일본으로서는 공적 업무까지 수행할 만큼 일본에 깊이 침투한 라인야후에 한국 기업의 지분이 있다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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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라인은 일본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2300만 인구 중 2200만 명, 태국에서는 인구 7200만 명 중 약 5300만 명이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글로벌 메신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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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은 동남아에서도 뉴스, 금융,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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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라인이 일본 기업이 된다면, 세계 인구 9%를 차지하며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동남아 시장에 일본의 정보통신기술(ICT)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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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이 ‘탈 네이버’하게 되면, 자국 모바일 플랫폼이 없는 일본이 소프트뱅크를 통해 글로벌 진출에 나설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이게 일본이 라인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나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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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지분을 5:5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분이 1주라도 넘어간다면 경영권이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는 상황이에요.
라인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네이버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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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닌 거대한 모바일 플랫폼이에요. 라인 사용자들은 라인페이로 결제를 하고, 뉴스나 웹툰도 즐기며 음악 스트리밍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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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지분이 매각된다면,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배달앱, 이커머스, 간편결제 서비스 등의 자회사들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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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사업 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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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네이버는 라인을 바탕으로 AI,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의 다양한 신사업을 계획하고 있었는데요. 이를 통해 글로벌 진출에 나서려고 했어요. 특히 중동지역에서의 신사업을 구상하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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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라인 지분이 일본에 넘어가게 된다면, 네이버는 계획된 해외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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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앞으로의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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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처럼 자국의 서비스를 자국 기업이 운영하기를 바란다면, 일본이 선례가 되어 대만,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거예요. 앞으로 해외에서 국내 기업이 성장하는데 큰 어려움이 생기게 되겠죠.
앞으로 라인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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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NHN 재팬 시절부터 라인 사업을 주도한 ‘라인의 아버지’ 신중호 CPO가 이사직에서 물러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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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였던 신 CPO의 퇴진으로 인해 라인야후 이사회 전원이 일본인으로 구성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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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는 경영과 사업 간의 분리 차원이라고 밝혔어요. 이사진 개편과 함께 네이버 위탁 업무도 순차적으로 종료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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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 지도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라인의 핵심 인물인 신중호 CPO를 밀어내면서 본격적인 네이버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를 피할 수 없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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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와 지분 구성을 두고 협의 중임을 밝히면서 라인의 ‘탈 네이버’가 공식화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상당히 어렵겠지만 오는 7월 초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발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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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네이버 또한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나가고 있다며 지분 매각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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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본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외교부는 네이버의 입장을 존중하며 추후 진행 과정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관리하겠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밝혔어요. 이에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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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13년 동안 공들여 키워온 라인을 이렇게 일본에 빼앗기게 되는 걸까요? 일본의 ‘라인 강탈’에 맞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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