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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

약 1700억 원 규모였던 티메프(티몬⋅위메프)의 미정산대금이 약 2134억 원 규모로 추산되었어요. 이는 5월까지 정산되지 않은 금액으로, 7월까지의 금액이 포함되면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요. (티메프 사태에 대해 궁금하다면?→ 경제용 인스타그램 바로 가기)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티몬⋅위메프는 결국 2024년 7월 29일 기업회생을 신청했습니다. 이에 피해자들의 보상은 더욱 불투명해졌는데요. 오늘은 티몬과 위메프가 빠져있는 자본잠식 상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자본잠식은 왜 알아야 할까요?
투자할 때는 물론, 기업에 입사할 때, 또는 내 상품을 팔기 위해 사용할 플랫폼을 결정할 때, 다른 기업과 거래를 할 때 등등, 그 기업이 ‘망할 기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기업이 망할지 아닐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자본잠식입니다. 이번 티메프 사태를 통해 자본잠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어요!

자본잠식이 뭐예요?

자본과 자본금의 관계

기업의 자본총계(순자산)가 자본금보다 더 적은 상태를 말해요. 적자가 쌓이면서 기업이 가지고 있던 자본금을 까먹기 시작한 상태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자본잠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자본금의 차이를 알고 있어야 해요.
자본이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을 말합니다. 기업의 자산은 자본과 부채의 합이에요. ‘빚도 자산이다’라는 말 들어본 적 있죠?
자산 = 자본 + 부채
그래서 기업이 가진 총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부분은 자본, 또는 순자산이라고 합니다.
자본은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에 따라서 달라져요. 이익을 많이 쌓게 되면 자본이 늘어나게 되고, 돈을 벌지 못하고 적자가 장기간 늘어나게 되면 급기야 자본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자본에 대해서 조금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자본은 자본금 + 이익잉여금 + 자본잉여금으로 구성됩니다.
자본금 : 주식 액면가의 총액 = 주식 액면가 x 주식수
기업을 설립할 때 주식을 발행합니다. 이때 주식 액면가와 발행가가 있는데요, 액면가는 주식에 표시되는 표면적인 가격입니다. 발행가는 실제로 주식을 발행할 때 얼마에 판매됐는지의 가격이에요. 여기서 자본금은 주식 액면가의 총액을 말합니다.
자본잉여금 : 주식발행초과금 = (주식 발행가 - 액면가) x 주식수
위에서 주식 발행가를 말했는데요, 액면가를 초과한 금액을 말해요.
만약 액면가가 100원인 주식을 1000원에 발행했다면 900원의 차액이 발생합니다. 이 차액이 자본잉여금이 되는 겁니다.
자본잉여금은 배당금에 활용되지 않아요.
이익잉여금 : 기업의 영업활동 등으로 발생한 이익의 누적액. (배당 등의 재원 O)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고 난 뒤에 돈은 이익잉여금이 됩니다. 이 이익잉여금이 배당 등으로 활용됩니다.
따라서 기업이 순이익을 내면 이익잉여금에 쌓이게 됩니다. 자본이 점점 늘어나게 되죠. 반대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부족한 돈은 이 이익잉여금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결손금 : 기업의 영업 활동에서 발생한 누적 손실액. 당기순손실이 지속되어 이익잉여금을 다 쓰고 결국 마이너스 된 상태

자본잠식이란?

그런데 기업의 당기순손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이를 이익잉여금으로 해결하다보면 결국 이익잉여금은 바닥나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손실이 꾸준히 누적되면 결국 자본금으로 이를 막게 되는데요.
자본잠식이란, 이렇게 기업의 적자가 계속되면서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이 바닥나 자본금까지 잠식하기 시작하는 상태를 말해요. 자본금이 얼마나 잠식되었는지에 따라 부분자본잠식, 완전 자본잠식으로 분류합니다.
부분 자본잠식 : 기업의 결손금이 자본금을 잠식하기 시작한 상태. 자본총계<자본금
완전 자본잠식 : 기업의 결손금이 자본금을 완전히 잠식한 상태. 자본총계<0

자본잠식률 계산법

한국거래소는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2년 지속 시 상장폐지를 합니다.
완전자본잠식의 경우라면 즉시 상장폐지돼요. 그렇기 때문에 투자하려는 기업의 자본잠식률을 계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본잠식률(%) : [(자본금-자본총계)/자본금] x 100
직접 계산하기 어렵다면 재무제표에서 기업이 자본잠식된 상태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요.
재무제표 중 재무상태표의 자본 항목에서 자본총계 항목과 자본금 항목을 비교했을 때,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작을 경우(자본총계 < 자본금) 자본잠식된 상태입니다.

자본잠식 기업, 티메프 뿐만이 아니라고?

티몬의 2022년 말 자본총계는 -6386억 원, 누적 손실 규모는 1조 2644억 원에 달합니다. 티몬의 경우 2023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결손금 규모가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돼요.
위메프의 자본총계 또한 2023년 기준 -2398억 원, 누적 손실 규모는 7559억 원에 달하죠.
문제는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E커머스 플랫폼이 티몬과 위메프 뿐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11번가, 컬리 등은 최근 수년간 매년 1천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G마켓도 2022∼2023년 누적 1천억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어요.
쿠팡은 2023년 처음으로 연간 1천억 원대 영업이익 흑자를 냈지만, 계속해서 이어져온 적자 탓에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이 -1조 4942억 원을 기록했어요.
패션 플랫폼 또한 자본잠식 또는 결손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리, 발란, 네이버 크림 등의 패션 플랫폼들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것으로 파악됐어요.
티몬과 위메프 사태로 인해 E커머스⋅패션 플랫폼 기업들의 취약한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요. 이에 E커머스 생태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려면?

투자금 유치 및 유상증자
외부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여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을 늘리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에이블리와 발란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투자 유치로 자금 조달에 나섰죠.
하지만 투자를 받았다고 해서 자본잠식이 바로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잠식 규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요.
무상감자
감자란 주식의 수를 줄여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것을 말해요.
무상감자는 회사의 자본금을 감소시키기 위해 주주들에게 대가 없이 주식의 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누적 결손금이 커질 경우, 자본금 규모를 줄여 회계상의 손실을 털어내는 거죠.
이 과정에서 주주들은 대가 없이 감자 비율만큼 가지고 있는 주식 수를 잃게 됩니다. 또한 무상감자를 시행한다면, 기업의 재무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상증자와 무상감자는 기업이 자본잠식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이 아니에요. 회계상의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한 것일 뿐, 본질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방법은, 기업이 이익을 내 결손금을 해결하는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