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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달러 초강세에 계엄 이전으로 돌아간 원·달러 환율

달러 약세에도 환율 1400원대를 유지하며 힘을 못쓰던 원화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어요!
서울 외환시장이 지난 5월 5~6일 2거래일간 휴장한 사이 원·달러 환율은 역외 거래에서 1370원까지 급락했습니다. 연휴 뒤 개장한 5월 7일에는 연휴 전인 5월 2일 종가 1405.3원보다 약 25원 급락한 1380원에 출발하며 강세를 이어갔죠. 이는 24년 11월 6일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데요.
원화가 이렇게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대만 달러의 가치 폭등이 꼽히고 있대요. 대만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데 왜 원화가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면 주목! 제용이가 쉽게 정리해 줄게요.

원화 강세 이유는 미중 관세 협상 기대 때문?

5월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중국에 대한 관세를 낮출 것”이라며 “중국도 거래를 원하고 있다”고 발언했어요.
5월 10일에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스위스에서 각각 중국 측 수석 대표를 만나 무역 및 경제 현안 논의 위한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죠.
이에 미중 협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위안화 가치가 상승했어요. 통상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 한국의 원화, 일본의 엔화 등 아시아 통화도 강세를 보입니다.
미중 관세전쟁이 장기화되면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고율 관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줄여요. 협상이 마무리 된다면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릴 이유가 줄겠죠? 미중 관세 협상 재개 기대감으로 위안화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위안화 가치가 급등했습니다.
5월 5일(중국 증시 노동절 휴장) 역외 위안화 환율, 달러당 7.2위안 선을 돌파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 기록

가장 큰 이유는 ‘대만 달러 가치 급등’

달러·대만달러 환율이 국내 황금연휴 기간동안 10% 급락(달러 대비 대만달러 가치 급등, 5월 5일 기준)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났어요.
대만 달러의 연간 변동 폭은 6~7%에 불과한데요. 불과 2거래일(2, 5일)만에 역사적인 환율 급변동(최근 30년 새 최대 절상 폭)이 일어난 거예요.
이에 한국 원화, 중국 위안화, 싱가포르 달러 등 신흥국 통화도 함께 강세를 보였습니다. 달러 대비 24개 신흥국의 통화가치를 나타내는 ‘MSCI 신흥국통화지수’는 5일 장중 1830포인트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죠. 대만 달러가 급등한 이유, 살펴보겠습니다.

대만정부의 대만 달러 강세 용인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달러화 약세를 계속해서 지지해왔죠. 미국이 개별 국가들과 협상에 나서면서, 무역 적자 폭이 큰 아시아권 국가들에 환율 압박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었는데요.
5월 1일 있었던 대만·미국 관세 협상에서 대만 정부가 대만 달러의 절상을 용인했다는 의혹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관세 협상 이후 대만 달러 강세에 대해 대만 정부가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시장이 ‘제2의 플라자 합의(마러라고 합의)’에 대한 경계를 보이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었어요.
플라자 합의(1985) : G5(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의 달러 가치 절하 합의. 달러 대비 엔화 가치를 올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야기
마러라고 합의 : 제 2의 플라자 합의. 미국의 달러 가치를 낮추는 인위적인 환율 조정을 뜻함
변동성이 커지자 5일, 대만 중앙은행은 ‘미국이 대만달러의 강세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고,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국민들에게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 원인은 환율과 아무 관련이 없으므로 대만과 미국의 협상에서 환율 문제는 언급되지 않을 것’이라며 ‘가짜 뉴스를 퍼뜨리지 말라’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대만 생명보험사 환헤지 수요 증가

대만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면 미국 달러의 가치는 낮아지죠. 이에 미국 자산의 비중이 높은 대만 생명보험사, 수출업체 등의 환헤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만 달러 가치가 더욱 상승했어요.
대만 생명보험사는 7000억달러의 미국 국채 중심 해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중 역대 최저치인 65%만(BoA 추산, 작년 말 기준) 환헤지가 되어있어요. 최근 들어서는 헤지 비중이 40%까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죠. 중장기적으로 달러 강세를 예상해 달러 약세에 대비한 환헤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거예요.
환헤지가 되어있지 않은 상품은 달러 가치가 하락할 때 환차손이 발생하겠죠? 대만 생보사들은 고객들에게 지급할 보험료(대만 달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재무 위협을 받게 될 거예요.
이에 대만 생보사들은 달러 가치가 더 하락하기 전에 손실 방지를 위한 환헤지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보사들이 달러를 팔고 대만 달러를 사들이는 대규모 외환 거래를 시도하자 대만 달러의 가치가 상승했죠.

원화로 프록시(proxy. 대리) 헤지

그런데, 이 환헤지 과정에서 우리나라 원화가 헤지 통화로 사용되었어요.
대만 외환시장은 규모가 작아 유동성이 부족해요. 대만 생보사들의 외환 거래를 모두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원하는 만큼 환헤지를 하지 못한 대만 생보사들이 원화를 환헤지 대상으로 삼았어요.
우리나라는 대만과 산업 및 경제구조가 유사(높은 수출의존도, 주력 수출품 반도체 등)하므로 대만 달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죠. 원화 시장의 유동성도 풍부하고요. 그래서 대만은 자국 통화를 헤지하기 위한 프록시 통화(간접 통화)로 원화를 사용합니다.
외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외환거래가 급증하며 원화가 강세를 보였고, 국내 외환시장도 급격한 변동성을 보인 거예요.
다만 대만중앙은행과 라이칭더 총통이 대만달러 강세 용인설을 부인하자 5월 7일, 대만달러도 30.2달러에서 거래되며 급락 전 수준으로 거의 돌아갔어요.
원⋅달러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7.3원 내린 1398.0원에 마감하며 29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세 전쟁에서 환율 전쟁으로?

이처럼 아시아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관세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만 달러 가치가 빠르게 급변동한 것이 환율 압박의 신호탄이라는 거죠.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대미 무역 흑자국에게 통화 평가절상(달러대비 통화 가치 상승)을 압박할 거라는 건데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원화 강세가 대만 달러 상승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과, 미국의 평가절상 요구로 인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켜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큰데요.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입 물가 하락과, 경기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를 기대해 볼 수도 있죠.
또한, 원화가 강세를 보이자 환차익 기대감으로 외국 투자 자금이 유입되며 코스피는 반등했어요.
7일,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494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코스피지수가 0.55% 오른 2573.8에 마감했어요. 유류비 등 비용을 달러로 지불하는 항공주는 실적 기대감으로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단, 현재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앞으로의 환율 등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