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성 금요일(부활절 전 금요일) 휴장이었습니다. 4월 21일, 4일 만에 개장했으나 줄줄이 급락… 그 이유는 또! 미국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라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중대 실패자’라 칭하며 금리 인하를 계속해서 압박하자 ‘셀 USA’현상이 가속화한 겁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때리기는 처음이 아닌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왜 계속해서 파월을 압박하는 건지, 트럼프의 파월 압박이 투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용이가 알아봤어요!
트럼프 ‘파월 때리기’에 ‘셀 USA’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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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기(2017~2021년) 집권 당시에도 연준과 마찰을 빚었어요. 증시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연준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연준은 2018년 말 금리 인상을 중단했고, 이듬해부터 결국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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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과 마찰을 빚고 있는데요. 연준은 트럼프의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도 금리를 잇달아 동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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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4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강하게 압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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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내리지 않는 파월 의장에게 불만이 있다며 “내가 그를 내보내고 싶다면 그는 정말 빨리 나가야 할 것”이라고 해임을 암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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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에도 “연준 의장이 자신이 하는 일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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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에는 자신이 설립한 SNS인 트루스소셜에 파월 의장을 겨냥해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 의사 결정이 매번 늦다는 뜻)이자, 중대 실패자(a major loser)가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기 둔화가 있을 수 있다”라고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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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많은 사람들이 기준금리의 ‘선제적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어요. 에너지 가격과 계란 및 식료품 가격이 상당히 내려갔고, 대부분의 다른 품목들 가격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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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을 ‘미스터 투 레이트’, ‘중대 실패자’라고 비난하면서 현재 인플레이션이 안정됐기 때문에 금리를 내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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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파월 의장 해임을 거론하며 압박하자, 21일 글로벌 투자자금들이 미국을 대거 이탈하기 시작했어요. 달러와 연동된 자산이 모두 빠지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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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급락(4월 21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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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지수 급락 :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2.5%), S&P500(-2.4%), 나스닥종합지수(-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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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7 급락 : 테슬라(-5.8%), 엔비디아(-4.5%), 메타(-3.4%), 아마존(-3.1%), 마이크로소프트(-2.4%), 알파벳 (-2.3%), 애플(-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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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3년 만에 최저(4월 21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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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지수 장중 97.92까지 떨어지며 2022년 3월 이후 최저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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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10년물) 금리 0.08%p 상승 (채권 가격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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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5일 만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고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말을 바꿨어요. 단, “기준금리 인하에 좀 더 적극적이기를 바란다”며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서는 거듭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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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중국에 부과한 관세에 대해 “협상을 거치면 중국의 관세율(현재 145%)은 상당히 많이 내려갈 것”이라며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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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미중 협상 낙관론이 부상하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가 2%대 반등에 성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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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다우지수는 전장 대비 2.7%, S&P500 지수는 2.5%, 나스닥지수는 2.7% 상승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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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가치도 소폭 상승했고, 국채 금리도 소폭 내리며 ‘셀 USA’가 조금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금값은 소폭 하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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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높아지는 해임 압박에서도 임기(2026년 5월) 전에 자진 사임할 뜻이 없음을 피력했습니다.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트럼프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어요.
연준의 독립성이 침해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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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미국 주식, 달러, 채권 트리플 약세의 이유는 바로 연준의 독립성 침해 우려 때문입니다. 정치권으로부터 연준의 독립성은 왜 중요할까요?
경제 정책은 장기 안정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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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해요. 경제 정책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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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인들은 종종 지금 당장 ‘표심’을 잡기 위해 단기 인기에 주목하는 경우가 있어요. 선거를 앞두고 단기적인 경기 호황 또는 주가 상승을 부추기기 위해 기준금리가 낮아지길 바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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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연준이 정치권에 휘둘리게 된다면, 장기적인 경제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결정이 아닌 특정 정치인을 위한 결정을 하게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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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연준뿐 아니라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정치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 단기적 관점이 아닌 경제 원칙에 따라 기준금리나 통화량을 조절하는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앙은행의 핵심 목표는 물가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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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물가 안정입니다. 인플레이션 억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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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물가 안정만 추구한다면 경제 성장에는 어려움이 있어요. 물가가 전혀 오르지 않는 0%라면, 경제는 성장하지 않고 고용도 늘어나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전혀 없는 물가 안정은 양날의 검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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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만약 경제 성장률과 고용만 우선시한다면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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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연준과 한국은행은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은 연 2%로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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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경제 성장률을 우선시하는 정치권이 연준 결정에 개입한다면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결정이 아닌 성장률을 위한 금리 결정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죠.
금융 및 투자 시장 신뢰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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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정책입니다. 투자자들이 미국 금융시장에 투자를 많이 하는 이유는 경제 규모가 큰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정치권에 좌지우지 하지 않고 경제 원칙에 따른 금리와 통화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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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국가들의 투자 및 금융시장을 보면 불안정하다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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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에 대한 압박을 가하면 가할 수록 이러한 신뢰는 무너지게 됩니다. 언제든 연준의 통화 정책이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관세 정책에 ‘셀 USA’ 현상이 일어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트럼프가 파월을 자꾸 흔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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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보다 높은 관세로 인해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통화정책 조정을 고려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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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흔들기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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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둔화 책임 떠넘기기 :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둔화의 원인을 관세 정책 때문이 아닌 기준금리 인하 중단 때문으로 몰아가고 있어요. 연준이 적당한 때에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가 침체됐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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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준금리 인하 : 연준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이지만, 공개적인 압박을 지속할 경우 향후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시장 참여자들은 이 압박에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기대치를 전반적으로 낮추게 되고, 이런 시장 기대치는 실제 정책을 간접적으로 움직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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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파월 때리기에 연준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이 커지며 시장이 거세게 반응하자, 트럼프는 파월 해임설을 일축하고 중국과의 관세 협상 가능성을 내보이며 후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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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셀 USA 현상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으나, 이는 단기적일 것으로 보여요.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돌리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미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일본, 유럽 등으로 이동시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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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스타(미국 금융정보업체)에 따르면 4월 2주간 아문디, USB그룹,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운용하는 미국 집중형 펀드에서 총 39억유로(약 6조 4160억 원)의 자금이 이탈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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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블랙록의 아이쉐어즈,아문디, UBS가 운용하는 유럽 주식 펀드로 24억 유로(3조8940억 원)가 유입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