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하는 친구들이라면 자주 들어봤을 공매도. 순기능도 있지만,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있어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공매도 규모가 클수록 주가 급락을 예상하기도 하죠. 2023년 11월부터 전면 금지되었던 공매도가 2025년 3월 31일 재개를 앞두고 있는데요. 어떤 점이 달라지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공매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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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것을 판다’는 뜻의 공매도(空賣渡). 없는 물건을 어떻게 파냐고요? 공매도는 나중에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을 하고, 주식을 빌려서 미리 매도를 하는 투자기법입니다. 잘 이해가 가지 않죠? 쉽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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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만 원인 딸기전자 주식 100주를 공매도해볼게요. 제용이는 딸기전자 주식이 없지만, 지금 주가가 고평가된 것 같아요. 용용이에게 100주를 빌려서 바로 매도해 100만 원을 얻었습니다. 딸기전자 100주는 매도했으니 지금 제용이에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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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이에게 빌린 100주를 갚아야 하는 상환일이 다가왔는데, 딸기전자 주가가 5000원이 됐습니다. 딸기전자 100주가 100만 원이 아닌 50만 원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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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용이가 용용이에게 갚아야 하는 것은 100만 원이 아니라 딸기전자 100주입니다. 제용이는 100주를 50만 원에 다시 사서 용용이에게 갚고, 제용이는 50만 원의 이익을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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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공매도의 핵심은 ‘주가의 하락’입니다. 주가가 하락하지 않고 상승한다면 손해를 볼 수 있어요. 딸기전자 주가가 2만 원이 된다면, 상환을 위해 100주를 200만 원을 주고 사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가 상승 시, 제용이는 100만 원의 손해를 보게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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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공매도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의 악재를 유포하는 등 의도적으로 주가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어요. 이에 패닉에 빠진 개인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패닉셀이 일어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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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공매도를 청산하기 위해(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매수할 때(숏커버링), 주가가 상승하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급히 매수하면서 주가가 단기간에 뛰기도 합니다. 공매도는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갖는 신뢰를 하락시키는 큰 요소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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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공매도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주식시장에서 여러 순기능을 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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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공급: 시장 하락기에도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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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안정화 : 매수만 계속된다면 주가에 거품이 낄 수 있겠죠? 공매도는 주가 과열을 막고 적절한 가격을 유지하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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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는 2023년 10월 2만 6000원에 상장했으나 2개월 만인 12월 22일 12만 4500원까지 오르며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어요.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거품이 낀 주가를 정상화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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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23년 11월 6일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는데요. 공매도 전면 금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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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팬데믹 상황 등 경제 위기 상황에서 증시 변동성을 방어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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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023년 11월의 공매도 금지는 경제 위기 때문이 아닌데요. 이번 공매도 금지의 이유는 경제의 불확실성과 시장 불안의 가중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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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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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환경의 지속과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무력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겹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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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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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기관의 불평등 (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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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릴 때 개인 투자자는 90일 이내에 갚아야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상환 기간을 정해두지 않았어요. 또한 주식을 빌릴 때 담보비율이 개인 120%, 기관투자자 105%로 차이가 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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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공매도에 참여하기는 까다로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유리한 거예요. 이에 개인 투자자들만 큰 손실를 입는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를 해소하겠다고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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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변동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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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는 차입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 두 종류로 나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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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 공매도 : 타인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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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입 공매도 :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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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입 공매도는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금지되어 있어요. 그런데,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증권사가 잔고를 하나하나 실시간 조회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려 불법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계속하면서 시장의 불안을 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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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한 뒤,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개발할 때까지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어요. 2024년 6월 말까지로 정해져있었으나 한 차례 연장되어 오는 2025년 3월 31일에 재개하게 됐습니다.
공매도 재개, 어떤 점이 달라지나요?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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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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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불법 공매도 제재 위한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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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에 등록 번호를 발급받은 법인만 공매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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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DS, 등록 번호를 기반으로 무차입 공매도 거래 실시간 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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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를 원하는 법인, 무차입 공매도 차단 위한 내부통제기준⋅전산시스템 구축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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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의 공매도 주문을 위탁받는 증권사, 공매도 참여 법인의 내부통제기준⋅전산시스템 연 1회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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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기관 불평등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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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담보비율, 기존 120%에서 기관 수준인 105%로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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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의 주식 상환기간을 개인과 같은 90일 이내로 통일(연장 포함 전체 기간 12개월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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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시 법인 1억 원, 개인 5000만 원 과태료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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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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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공매도 행위자 등에 대한 계좌 지급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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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5년간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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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상장사 임원 선임⋅재임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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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4~6배 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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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액 50억 원 이상 시 최대 무기징역
공매도 재개로 기대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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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 수급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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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가 외국인 투자자의 헤지(위험 분산) 수단인 만큼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인한 수급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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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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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공매도 제재 위한 제도 보완으로 외국인 투자자와 더불어 국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증시 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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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선진국지수 편입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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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선진국지수 :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고안한 주가지수로, 선진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으로 구성. 글로벌 펀드 자금이 벤치마크로 추종하기 때문에 편입 시 대규모 투자 자금 유입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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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로 한국은 마이너스(-)평가를 받으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악영향을 줬으나, 이번 재개로 인해 플러스 (+) 전환 가능. 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감 상승
그러나 엇갈리는 반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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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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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이 늘어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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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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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기업의 펀더멘털이 회복이 우선이므로 공매도만으로는 증시 부양에 큰 효과가 없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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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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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점검시스템이 불법 공매도를 완벽하게 적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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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대체로 일시적 증시 하락 이후 반등을 예상하고 있는데요. 현재 정치 불확실성, 트럼프 정책 등 대내외적 리스크가 큰 현재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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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들이 제대로 안착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주가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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