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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플레이션’이 내 지갑에 미치는 영향

목차
친구들, 과자 좋아하나요? 제용이는 오랜만에 마트 과자 코너에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제용이가 좋아하는 초코 과자 가격이 지난 번보다 훨씬 오른 거예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검색을 한 번 해보니, ‘기후 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서 과자 값이 인상됐대요.
과자뿐 아니라 초콜릿, 커피, 팥, 배추 등 각종 원자재, 생필품 가격 급등의 배후에는 이 기후 플레이션이 있었습니다. 기후 위기, 나와는 먼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쉽게 즐기던 먹거리까지 위협하며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온 기후 플레이션, 함께 살펴볼게요.

생활의 변화를 가져온 기상 이변

2024년 11월,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약 117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에 20cm 넘는 폭설이 내렸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며 대설경보가 발령되기도 했죠.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인 12월이 오기도 전인데 이 같은 이례적인 폭설이 내린 이유는 바로 기상 이변 때문이었어요.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예년보다 2~3도 가량 뜨거워진 서해의 수증기가 많이 발생했는데요. 북쪽의 찬 공기가 따뜻한 서해로 내려오면서 온도 차이로 인해 눈구름이 형성됐어요. 이 눈구름이 많은 수증기를 머금으면서 눈의 양이 많아진 거예요.
이상 고온으로 인해 국내 과일 지도와 해상 생태계도 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추석까지 반팔을 입을 정도로 더위가 길었죠.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서울에는 폭염경보가 내리기도 했을 정도예요.
온도가 높아지면서 과일 재배지가 점점 북상하고 있어요. 사과 재배지는 강원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양구, 화천, 철원까지로 확대됐어요.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50년에는 강원 고랭지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할 거라고 합니다.
열대과일 재배지도 내륙지역으로 점차 확산되어 고창, 진주, 합천 등에서 바나나가, 제주도, 전남, 경남 등에서 망고가 생산되고 있어요.
바닷물이 뜨거워지면서 ‘국민 생선’ 명태와 ‘동해안 대표 어종’ 오징어가 사라지고 아열대 어종인 방어와 참다랑어들이 잡히고 있습니다. 살오징어의 2023년 어획량은 2만 3000톤으로 최근 5년의 평균 대비 50% 급감했죠.
기후 위기에 제철 음식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폭염에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폭염에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전어 조업량이 감소하면서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3배 상승했죠. 롯데마트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전어를 팔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가을 전어’가 사라진 거예요.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어요. 기상 이변은 어느새 우리의 생활이 되어 예측할 수 없는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기후플레이션이란?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이란, 이상기후로 인해 농산물 생산이 줄어들면서 먹거리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가뭄, 홍수 등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는 농산물 생산에 차질을 빚어 공급을 원활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공급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오르죠.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원재료 수입 식품들의 가격도 함께 상승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불러옵니다.
최근 기상 이변으로 인해 농산물 작황 부진이 계속되며 신선식품 가격이 상승했는데요. 12월 3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40으로 전년 대비 1.5% 상승했어요. 지난 9월 이후 석 달 연속 1% 대를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이긴 했으나, 농축수산물 물가가 1.0% 오르며 전체 물가를 0.08%p 끌어올렸습니다.
이에 최근 1년 간 신선식품 소비는 절반 이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한국 소비자 연맹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 1227명 중 56.7%가 최근 과일 등 신선식품 소비를 줄였고, 이들 중 절반가량이 ‘비싼 가격’ 때문이라고 응답했어요.
이렇게 기후 위기는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은행은 월평균 기온이 1℃ 오르면 농산물가격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각각 최대 0.44%p, 0.07%p 상승한다고 밝혔어요. 딜로이트는 한국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2070년 약 935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죠.
기후 플레이션이 현실화되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 지금, 기후 위기가 어떻게 본격적으로 국민들의 식탁 물가를 위협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위협받고 있는 식탁 물가

코코아

2024년 11월 29일, 카카오를 가공한 코코아 가격이 톤(t)당 9425달러(약 1316만 원)로 연초와 비교해 120% 이상 올랐어요. 연간 기준 t당 평균 가격은 7711달러로 전년(3309달러)대비 133% 급등했죠.
코코아 가격이 이렇게 오른 이유는 이상기후로 인해 재배 면적이 줄어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에요. 코코아 가격이 오르면서 오리온은 13개 제품을 평균 10.6% 올렸어요. 오리온의 대표 초콜릿 과자인 초코송이와 비초비는 무려 20% 인상됐죠. 해태제과는 홈런볼, 자유시간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인상했어요.

커피

2024년 11월 27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뉴욕시장에서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이 파운드당 3.20달러까지 상승했어요. 1977년 3.38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데요.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약 70% 올랐어요.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딩에 사용되는 로부스타 품종은 영국 런던 시장에서 t당 5547달러에 거래되며 올해 들어 8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커피 원두 가격 상승은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의 심한 가뭄과 베트남 폭우 등 공급 우려 때문이었어요.
동서식품은 11월 15일부터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의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어요.

배추

김장철을 앞두고 한 포기에 만 원까지 폭등하며 김치 플레이션을 야기했던 ‘금배추’의 원인도 기상 이변 때문이었어요.
배추는 저온에서 잘 자라는데, 폭염이 늦게까지 이어지면서 배추가 녹는 등 고랭지 배추 재배 상황이 좋지 못해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한거에요.

늘 가슴에 3000원을 품고 다녀야 하는 이유,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이 ‘1개에 1000원’ 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팥 가격 상승 때문인데요.
12월 2일 기준 국내 팥 가격은 40kg당 71만 2600원으로 전년대비 58% 상승했어요. 평년 가격(39만 5274원)보다 80% 이상 오른건데요. 수입 팥 도매가격도 평년 평균 가격 대비 약 7% 상승하면서 ‘금팥’이 되었어요.
7~9월 폭염과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팥 생육 초기 피해가 발생하면서 재배면적이 크게 줄은거에요.
이외에도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의 가뭄으로 발생한 올리브유 가격 상승, 세계 2위 사탕수수 재배 국가 태국의 가뭄으로 인한 설탕 가격 상승, 팜유 생산량 1위인 인도네시아의 반복되는 가뭄과 폭우로 인한 팜유 가격 상승 등 다양한 원재료들의 가격이 급부상하기도 했습니다.
기후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식품 가격 오름세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제가 더 커질 경우 전세계적인 식량 위기 재난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농산물 품종개발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예요.

농산물에 투자하는 방법

기후 위기가 계속되면서 앞으로의 농산물 수급 전망이 오래 불투명할 것으로 보여요. 투자를 하는 친구들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 밖에없는 농산물 투자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농산물 원자재의 대표적인 투자대상은 3대 곡물인 밀, 콩, 옥수수 외에도 설탕, 커피, 코코아, 쌀 등 다양한데요. 농산물 선물을 직접 거래하거나 농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초보자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인 ETF를 살펴볼게요.
인베스코 DB 애그리컬쳐 펀드 (DBA)
10여종의 농산물 선물에 투자하는 ETF로 설탕, 생우, 코코아와 커피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원자재들이 상승하며 11월 20일 기준 최근 3개월간 7.9% 상승하기도 했어요.
반에크 애그리비즈니스 ETF (MOO)
농업기술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농기계와 비료생산 관련 기업 등에 투자해요.
아이셰어즈 MSCI 글로벌 농업회사 ETF (VEGI)
농산물 원자재와 관련된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ETF예요. VEGI는 전세계 농기계 시장점유율 1위 회사인 디어 앤 컴퍼니의 비중을 22.93% 포함하고 있는데요. 디어 앤 컴퍼니가 11월 22일에 컨센서스를 상회한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