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보하는 ‘박스피’에 지친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을 떠나고 있어요. 최근 주식 시장의 열기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거래대금⋅ 투자자 예탁금 모두 동반 감소하며 국내 주식 시장이 침체하는 모습을 보였죠. 주식 시장을 빠져나온 투자 자금은 어디로 흘러 들어갈까요? 미국 대선과 반도체주 약세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큰 지금, 코스피를 떠난 투자 자금의 행방을 제용이가 살펴봤어요!
지속되는 국내 증시 파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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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요. 2024년 11월 1일 종가 기준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올해 주요국 증시 성과에 비해 코스피의 성과는 압도적으로 부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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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자취엔(가권)지수가 27.04%의 수익률을 기록한데 반해 코스피는 -4.25%를 기록하며 수익률 꼴찌를 차지한 건데요.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주 부진으로 인한 투심 악화, 미 대선의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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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 장세가 지속되면서 지난 10월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 7069억 원을 기록했어요. 올해 1월(8조 8749억 원)이후 9개월 만에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 원 밑으로 내려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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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코스피지수는 2024년 올해 들어(1월 2일~11월 1일) 4.25%(2655.28→2542.36) 하락했습니다. 거래대금이 부진하고 국내 증시를 이끌 뚜렷한 주도주도 사라지면서 약세장이 계속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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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미국 대선 관련주나 경영권 분쟁 관련 등 테마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고려아연, 한미사이언스 등 경영권 분쟁 테마주들이 주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어요. 테마주는 열기가 식은 뒤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아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방향 잃은 투자 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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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부진이 계속되자 투자자들의 투자 자금도 이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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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거래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4월 56조 원을 넘겼던 것이 무색하게 10월 30일 49조 5973억 원으로 집계됐어요. 지난 1월 26일(49조 649억 원)이후 9개월 여 만에 처음으로 50조 원 대 밑으로 주저앉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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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잔금으로,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기거나 주식을 판 후에도 빼지 않고 둔 돈이에요. 증시 예비 자금으로 쓰이기 때문에 주식 거래의 열기를 확인하는 지표로 사용됩니다. 투자자예탁금 감소로 주식 시장의 열기가 식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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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공여잔고는 10월 30일 17조 8326억 원으로 지난 6월 20조 원대 대비 2조 원 넘게 감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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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공여잔고는 투자자가 자금을 빌려 투자하고 갚지 않은 자금이에요. 보통 시장이 활기를 띠면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빚투’가 늘면서 신용공여잔고도 느는데요.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이 떠나자 신용공여잔고도 줄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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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증시를 빠져나갔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들이 예⋅적금, 머니마켓펀드(MMF)같은 파킹형 투자처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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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일 기준, 최근 일주일간 국내 주식형 펀드는 설정액이 53억 원 감소했어요.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1237억 원), 해외 주식형(785억 원), 해외 채권형(3254억 원) 펀드는 설정액이 증가한 것과 반대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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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6월 891조 1524억 원에서 지난 10월 942조 133억 원으로 5.7% 늘었어요. 흔들리는 증시 상황에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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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F에도 약 20조 원이 몰렸어요. MMF는 초단기 금융상품으로 금리가 높은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데요. 기간 제한 없이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앞으로의 행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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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식 시장 전망이 계속해서 비관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요. 배당금을 받기 위해 매수세가 강해지는 11월~12월 연말 랠리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되었기 때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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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금투세 폐지 동의에 코스피는 2588.97로 마감하며 1.8% 올랐습니다. 3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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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는 금융 투자로 연간 5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경우 22~27.5%의 세금을 메기는 제도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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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시행 시, 금투세를 적용받게 되는 투자자들의 이탈은 전체적인 증시의 약세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강한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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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 동의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자 외국인 투자 심리도 개선됐어요. 4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420억 원, 296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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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이탈에 큰 역할을 했던 금투세 시행이 폐지되면서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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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내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도 6.48% 상승했는데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HBM4 공급 일정을 6개월 앞당겨달라고 요청하며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한데다가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강세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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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투세 폐지로 인한 반등은 장기간 지속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 정책 불확실성 등 국내 증시 저평가 요인은 여전하기 때문인데요. 국내 증시가 지속적으로 탄력을 받기 위해서 기업들의 수익성, 성장성 등 본질적인 체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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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금투세 폐지…K증시, 활력 붙는다 (2024.11.04) https://www.sedaily.com/NewsView/2DGPREKGF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