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영풍문고’ 가본 적 있나요? 우리에게 영풍문고로 친숙한 기업 영풍과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고 있어요. 고려아연은 전자⋅반도체⋅이차전지⋅철강 등 핵심 산업에 아연⋅연⋅동⋅은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고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 지난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12.8%에 달하는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입니다. 75년 간 공동 경영을 이어온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발생 이유와 현재 상황까지 정리해보도록 할게요!
75년만에 무너진 ‘공동 경영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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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은 1949년, 장병희 창업주와 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회사예요. 1970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석포제련소를 건설하고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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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은 장 씨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맡으며 2대까지 공동경영 기조를 이어갔어요. 양측은 영풍의 지분을 20% 중반으로 비슷하게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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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0년대, 3세대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최 회장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신사업(2차전지 소재,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폐기물 리사이클링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을 추진하자, 현금성 자산 확보 등 안정적인 ‘무차입 경영’이 원칙인 장 고문은 신사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를 반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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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영업이익만 2600억 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해온 고려아연에 비해 연이은 신사업 실패⋅석포제련소 환경문제, 중대 재해 사고 등으로 사업 부진을 겪는 영풍이 고려아연에 현금 배당 확대를 요구하며 갈등이 촉발됐어요. 최 회장은 이를 들어주지 않고 ‘트로이카 드라이브’ 투자에 주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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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회사는 현금 배당안을 놓고 주주총회 표 대결을 벌였는데요. 고려아연이 승리했고, 이 여세를 몰아 고려아연은 동업 관계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의 경영권도 가져왔어요. 이후 영풍빌딩을 떠났고, 회사 로고도 변경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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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상사는 영풍과 고려아연의 비철금속을 유통하는 알짜기업이에요. 고려아연이 66.7%를 보유해 최대주주이지만 지분율 33.3%인 장 씨 일가에게 경영을 일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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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신기술 개발과 신규 투자 등을 위해 유상증자 및 자사주 매각을 진행했어요. 현대자동차, 한화, LG화학 등의 최 회장에게 우호적인 외부 자금이 들어오면서 지분구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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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고려아연이 한화임팩트⋅한화 해외계열사에 유상증자 추진. 두 회사가 고려아연 신주(6.88%) 6406억 원에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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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LG화학과 2567억원 규모의 자사주 맞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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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공동 해외법인에 신주 5272억 원(5%)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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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외부주주가 늘자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2021년 말 27.49%에서 2024년 6월 25.4%로 희석되었어요. 현재 두 집안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최씨 일가 33.94%, 장씨 일가 33.10%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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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12일, 영풍이 이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자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경영권 확보에 나섰어요. 최 회장이 75년간의 동업 정신을 훼손하고 독단적 경영을 일삼는 것을 막고자 한다는 이유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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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가 영풍으로부터 고려아연 지분을 넘겨받고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주주 간 계약이 발표됐고,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을 2조 원어치 추가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풍과 손잡은 사모펀드 M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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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는 비공개 소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이나 채권, 기업 등에 투자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데요. 오너리스크 등 문제가 있는 기업의 경영권을 가져와 핵심 자산 매각 등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사냥꾼이라는 시각과, 기업 인수 후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을 효율화해 매출 증대⋅기업 가치를 제고한다는 시각이 존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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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사태에서는 영풍이 손을 잡은 MBK가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어요. MBK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약 300억 달러(약 40조 원)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중 한 곳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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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는 2023년 초 오스템임플란트의 상장폐지를 이끈 적이 있습니다.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후, 2조 원 넘는 돈을 투입해 시장에 남아있는 주식까지 공개매수로 모두 끌어모아 지분 전체를 확보한 후 상장폐지를 이뤄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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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기는 했지만,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며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인수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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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가 그간 인수했던 기업들은 주로 경영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했는데요. 이를 통해 MBK는 회사 재무를 다듬은 뒤 비싸게 팔아넘긴 사례들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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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번 계획이 모두 실현되면 MBK가 고려아연의 단일 최대주주가 되는 것과 동시에 영풍 측 의결권까지 공동 행사하게 됩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MBK가 주도하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뀔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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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은 지분 2.2%에 불과한 최 회장이 75년간 이어진 동업 정신을 훼손했다며 최대 주주로서 경영권 강화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라 밝혔습니다.
반격에 나선 고려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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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고려아연 임직원들은 MBK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이므로 순수 우리 자본과 기술로 세계 1위에 오른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이 중국에 매각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어요. 이에 MBK는 한국 토종 사모펀드이고, 중국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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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측은 4~5년 전 영풍이 석포제련소에 쌓인 산업 폐기물을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에서 처리해 주기를 요구해 관계가 틀어졌다는 등의 폭로성 주장도 내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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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측은 폐기물 처리 문제 협의는 최종적으로 없던 일로 됐다며 경영권 분쟁의 진짜 이유는 고려아연의 일방적 증자라 맞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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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영풍⋅MBK과 고려아연은 서로 맞고소로 대립하며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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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사회⋅정치권까지 이에 가세했는데요. 고려아연이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울산시에서는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어요. 정치권 또한 자칫 중국 자본과 관련 기업들이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독보적인 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인력들의 이탈도 가속화될 수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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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24일, 고려아연과 자회사 켐코가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에 나서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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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예산이 들어간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 안보상의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만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어요. 이번 판정을 받게 되면 경영권 분쟁에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마련되죠. 만약 MBK가 고려아연 인수 후 향후 해외로 재매각에 나설 경우 어려움이 따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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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40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에요. 또한 백기사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한국투자증권, 소프트뱅크, 베인캐피털, 스미토모상사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요.
MBK의 공개매수가 상향으로 2라운드 돌입한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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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9월 26일,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을 주당 75만 원으로 인상했습니다. 기존 66만 원에서 13.6%를 올린 건데요. 이에 투입 금액도 기존 2조 1332억 원에서 2조 4396억 원으로 약 3000억 원 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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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를 최 회장 측이 대응할 시간을 최대한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어요. 최 회장은 내달 4일까지인 5거래일 안에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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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빠른 대항 공개매수가 필요한데요.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최소 7%의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합니다. 주당 75만 원인 영풍 측보다 높은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76만 원으로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시 최소 1조 1000억 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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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반격에 나섰습니다. 9월 13일 영풍이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기 때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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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7000억 원 가량을 투입해 주당 83만 원에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고, 이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예요. 이번 공개매수에는 글로벌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이 공동매수자로 참여합니다. 약 4300억 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발행주식수의 2.5%를 취득할 것으로 알려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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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려아연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캐스팅 보트’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에도 나섭니다. MBK가 제시한 주당 2만 5000원보다 20% 높은 주당 3만 원을 제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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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영풍은 또 한번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중지 가처분 신청에 나섰어요.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배임'이라며 치열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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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지분 경쟁이 과열되면서 고려아연과 MBK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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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이 분쟁 과정에서 향후 고려아연이 미래 투자에 나설 현금을 끌어다 쓰는 등 회사 가치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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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려아연 지분 7.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급등한 지금 공개매수에 참여할지도 관심이 쏠리는데요. 국민연금이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느 정도 지분을 덜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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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의형제' 영풍·고려아연도…창업자 후대 들어 갈등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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